[우승국 박사의 모빌리티 르네상스] 교통안전 정책과 자전거, PM 정책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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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국 박사의 모빌리티 르네상스] 교통안전 정책과 자전거, PM 정책의 융합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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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폭 더 좁히고 자전거 도로 넓혀야
자전거 도로는 미래 비전이며 나아갈 길"
자료출처 : https://kr.pinterest.com/drmgreene/bike/
자료출처 : https://kr.pinterest.com/drmgreene/bike/

필자는 최근 영국 런던과 벨기에 브루셀에 출장을 갔다가 두 가지 사실에서 큰 인상을 받았다. 도시 전체가 일부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하고 제한속도 30㎞/h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과 이렇게 관리되는 모든 도로에 자전거 도로가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만난 보행안전 전문가는 자동차 속도를 낮게 관리하는 안전속도 정책이 결국 보행자와 자전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속도가 60㎞/h일 때 보행자를 충격하면 사망 확률은 20%이다. 50㎞/h로 10㎞/h 만 떨어뜨리면 이 확률이 10%로 줄어든다. 속도가 낮으면 갑자기 어린이가 차도로 뛰어들더라도 급정거할 확률이 높다. 이와 같이 낮은 속도 제한이 보행자 안전과 관련된다는 것이 우리 교통안전의 상식이다. 여기에 더해 안전속도 정책은 자전거 정책과도 밀접히 엮여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도시부 자동차 운행 속도를 50㎞/h 이하로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예상한 바와 같이 속도관리 정책에 만족하는 시민들도 있으나 불만을 가진 시민들도 있다. 불만을 가진 시민들에게 도로 환경 중 무엇이 가장 불만인가를 설문한 결과 도로가 좁아서 불편하다는 답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역으로 생각하면 속도를 더 높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좁은 도로 또는 차로는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영국과 미국의 도시 가로 설계 매뉴얼은 자동차 속도를 낮게 관리해야 하는 도로의 차로를 좁게 하는 것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 것이다. 기존 차로를 좁히면 결국 남는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을 자전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거리 교통 또는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보행 수단과 달리 자전거의 경우 그 자체로 주 교통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자전거는 도시교통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덴마크나 네덜란드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고 유류 수입과 자동차 인프라 투자에 소요되는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활발히 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것과 같이 자전거 이용의 천국이 된 것이다.

자전거 강국으로 알려진 이들 나라 외에도 유럽 국가들에서 자전거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속도관리가 철저한 유럽 국가들에서 도로를 좁히는 노력과 자전거 공간을 늘이는 정책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브루셀의 경우 차로 개수를 줄여 보행로나 자전거 도로로 전환시킨 사례가 많다. 도로의 용량을 급격히 낮춰 승용차 통행시간을 증가시키는 다소 과격한 정책 방향을 택하고 있다. 브루셀에서 구글 내비게이션으로 두 지점 간 통행 시간을 예상해 보면 거의 모든 경우 자전거가 최단 시간 수단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경우는 차로폭을 좁혀 만든 공간을 자전거 도로로 사용하는 정책을 택했다. 교통량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차로를 줄이는 시도는 상당한 저항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차로폭을 줄여 속도를 높이지 못하게 하는 기법을 도시부 도로 전반에 적용한다면 속도를 낮추는 교통안전 효과와 더불어 영국과 같이 거의 모든 도로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도로 설계의 기준은 설계속도 40㎞/h 이하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차로폭을 3m 이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0.5m 이상의 길어께(노견)와 0.25m의 측대를 두도록 한다. 길어께와 측대 최소폭만 하더라도 0.75m이다. 길어께와 측대 공간은 자동차가 수월하게 속도를 내도록 하는 배려이다.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만으로 운전자가 속도를 높이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를 막을 수 없다. 도로의 횡단 구성을 건드리지 않고 차량 속도를 낮추고자 하니 카메라를 설치하고 과속방지턱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

유럽 도시들의 도로에서 길어께 공간을 보기 힘들다. 영국의 경우 우리 도로의 길어께가 위치한 공간을 자전거 도로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부 도로에 볼 수 있는 배수를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측구가 없고 보도까지도 차로와 같은 포장이 돼 있다. 물론 배수구가 적절히 설치돼 배수에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스팔트 포장이 된 차도와 콘크리트 측구 구조물 간에 재질의 변화가 있고 약간의 높이 차가 존재해 그 공간에 자전거를 이용하기가 까다롭다.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문하면 힘들다는 단순한 이유와 함께 위험하다는 답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자동차 속도가 높아서 위협을 느끼므로 차도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자동차로부터의 안전과 비교적 쉽게 공간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의 70% 이상은 보도 위에 설치돼 있다. 이 경우 보행자와의 상충이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된다. 즉 자전거 도로 확대 정책은 자동차 속도를 낮추는 안전 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도시부 도로의 차로폭으로 2.75m를 권장한다. 도시부 속도관리가 적용되는 도로의 차로폭을 일본과 같이 줄이고 기존 길어께 공간의 구조물 및 포장을 개선하면 도시부의 어느 곳에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할 수 있다. 이러한 개선으로 자동차 속도를 줄이는 안전 정책과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같이 도모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면 심장병, 당뇨병, 치매 등 질환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자전거 도로를 자전거와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 등 PM(Personal Mobility) 수단은 우리나라 도시와 같이 구릉이 많은 지형에 적합하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탁월한 교통수단이다.

우리 도로는 아직도 자동차가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넓은 공간을 자동차에 할애하고 있다. 이 공간을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면 자동차 속도가 줄어드는 안전 효과와 친환경, 건강 수단인 자전거, PM 이용자가 늘어나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교통으로 나아가는 가성비 높은 개선인 것이다.

전국 도시부 도로에 자전거 도로 설치는 충분히 가능한 미래 비전이며 우리 도시교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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